“엄마, 나 배 아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급히 병원에 데려가 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오게 되는 경우가 또 많다. 꾀병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복통은 실제로 아이들에게 가장 잘 나타나는 통증이며,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아이를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호소하는 복통의 70% 이상은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능성 복통’으로 분류된다. 소아 기능성 복통은 염증이나 기질적인 문제는 없지만, 소화기계가 허약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대변을 보기 힘든 경우 등에 생기게 된다.
소화기계가 허약한 아이는 보통 식사량이 적고, 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종종 토하거나, 체하고 손발이 찬 경향이 있다. 비위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많이 먹거나, 불편한 상태에서 먹어도 복통을 호소할 수 있다, 요즘은 인스턴트 음식, 찬 음식,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등의 섭취가 늘고 있는데 소화력이 약한 아이의 경우 이런 음식을 먹었을 때 복통이 유발될 수 있어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복통을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음식은 ‘우유’다. 성장에 도움이 되라고 우유를 정기적으로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유당 불내증’이 있는 아이의 경우 우유에 있는 유당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충분하게 분비되지 않으므로, 소화되지 않은 유당으로 인해 복통을 호소하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아이가 우유를 먹기 싫어한다면 억지로 먹이지 말고, 혹시 우유나 유제품을 먹고 난 뒤에 속이 불편해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나 정서적인 문제도 복통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기 전에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의 눈에는 꾀병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실제로 배가 아픈 상태일 수 있다. 꾀병이라고 혼내기보다는 아이가 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지,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스트레스, 선생님이나 교우관계에 있어서 불편함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비가 있는 아이도 대변을 보기 전에 종종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며칠 동안 대변을 보지 못했거나, 장내에서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경우 복통을 호소할 수 있으며 소화기계가 약한 아이의 경우 대변을 보기 전에 장운동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이를 배가 아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소아 복통의 경우 대부분이 기능성 복통이지만, 꼭 병원을 방문해 검사와 처치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영아기의 ‘장 중첩증’과 유소년기의 ‘급성 충수염’이다.
장은 호스처럼 길게 이어지는 소화관이다. ‘장 중첩증’이란 장의 어떤 일부분이, 그에 이어지는 장의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보통 돌 미만의 아기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아기가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면서, 10분~15분 주기로 심한 발작성 복통을 보인다. 구토와 함께 끈적한 점액성 혈변을 볼 수도 있고 배에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충수염은 흔히 ‘맹장염’으로 부르는 질환이다. 성인의 경우 우하복부의 복통,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소아의 경우 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이가 어릴수록 막연히 복통만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복통이 복부 전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미열과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위장질환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심한 복통을 호소할 때는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배가 아프다는 아이에게 밥을 억지로 먹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소화 기능이 더 떨어지고 식사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소에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한데, 식사시간을 꼭 규칙적으로 해야 하고 군것질이나 찬 음식, 밀가루 음식 등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아이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의 마음을 살펴주고, 적절한 신체 활동 등으로 즐겁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표현할 때,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경우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는 것만으로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체기가 있진 않은지, 변비나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
일시적이고 가벼운 기능성 복통은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음식 조절이나 생활 관리를 잘 하고 있는데도 복통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평소 약한 소화기 기능을 가진 아이들이나, 스트레스에 복통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의 경우에 한의학적 치료법이 도움이 되는 때가 많다. 아이의 증상과 체질적 유형에 따라 적합한 한약 처방을 선별하여 복용함으로써 소화기의 기능적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
아이의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면, 복통 증상도 개선될 뿐만 아니라, 영양소의 소화 흡수가 좋아지고 전반적인 건강과 성장 발육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